[한국정책방송=천양자 기자]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우리 사회의 지방자치의 중요한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제도는 주민들이 예산 편성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자원 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기구라고 볼 수 있다. 그 시작은 1989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 비롯되었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여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한다. 이는 단순히 예산의 집행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주민 스스로 지역사회의 필요와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또한, 주민이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정책의 실행력과 주민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법적 근거와 도입 배경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지방재정법」개정을 통해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운영 방식이 가능하게 했다. 예산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주민들의 정치적 의식을 고양시키고, 지역사회의 민주적 참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사업 제안의 이점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핵심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최종 예산안이 확정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은 몇 가지 중요한 이점을 제공한다. 첫째, 주민이 지역사회의 실제적 필요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안된 사업은 주민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된다. 둘째, 주민의 참여는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한다. 셋째, 주민들의 참여 경험은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증진시킬 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의 우수 사례
서울특별시의 경우, 각 자치구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여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한 자치구에서는 주민들이 제안한 지역 공원 조성 사업이 예산에 반영되어, 결과적으로 지역주민의 휴식 공간이 확충되고 지역 공동체의 결속이 강화되었다. 또 다른 자치구에서는 주민들이 제안한 교통 안전 개선 사업이 실행되어, 교통사고 발생률이 크게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주민참여예산의 의미
필자는 주민참여예산 제도에 관한 강의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해 왔다. 필자는 강의를 할 때 마다, 주민들의 진지함에 새삼 놀라곤 한다. 이 제도가 단순한 예산 배분 과정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민주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법률적으로 보장된 참여권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주민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발전을 함께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법적·제도적 틀을 넘어,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소통과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법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헌법상 보장된 주민의 참여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장치로서 큰 의미를 가진다.
참여 확대와 신뢰 구축이 중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지속적인 참여와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제안된 사업이 실제로 실행되는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단순히 예산 편성의 도구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미래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예산제도는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자, 지방자치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박동명 / 법학박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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