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방송=천양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대인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이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기 과의존과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 친화적 치유방식에 대한 사회적 수요로 이어지고 있으며, 치유농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치유농업은 단순한 농사활동을 넘어서는 전인적 치유 프로그램이다. 2021년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농촌진흥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의 치유농장은 163개소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남 화순군의 경우, 치유농업 특구 지정 이후 방문객이 연간 5천 명에서 1만 명으로 증가하며 지역 활성화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의 치유농업은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스마트 힐링팜'은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IoT 기술을 도입해 계절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강원도 원주의 한 치유농장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다양한 농업 체험을 제공하는 등, 디지털 기술과 치유농업의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의 케어팜(Care Farm)이나 일본의 농복연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치유농업은 이미 선진국에서 검증된 대안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체 치유농장의 65%가 의료보험 지원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도 2023년부터 건강보험공단과 협력하여 만성질환자 대상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어, 제도화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치유농업의 ESG 가치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충남 홍성의 한 치유농장은 기업의 ESG 경영과 연계해 직원 웰니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친환경 농법 교육, 정서 치유 활동, 로컬푸드 활용 등을 통해 환경보호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참여 기업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평균 30%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우울감이 평균 25% 감소했으며, 노인 참여자의 경우 인지기능이 1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유농업을 도입한 농가의 경우, 6차 산업화를 통해 일반 농가 대비 소득이 평균 22%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앞으로 치유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치유농업의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표준화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의료계와의 협력을 통해 치유농업의 의료적 가치를 확립하고,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치유농업 마스터플랜 2025'와 같이, 치유농업 전문인력 양성과 품질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치유농업은 이제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민간은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담당하는 협력 체계가 구축될 때, 치유농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 서울관광홍보대사(서울시관광협회장) ∙ 국회의정연수원 강사 ∙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 저서 : 「여성과법률」 등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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