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방송=이지원 기자] 가을(秋)
입추에 가을 시작 처서에 갈바람이 백로에 이슬 맺혀 추분에 짧아진 낮 한로에 참 이슬 한기 상강 서리 내렸다
입추(立秋)
솔향기 맡은 가슴 여름의 문을 닫고 가까이 다가오는 풀벌레 바라보니 댓돌에 귀뚜라미가 베짱이를 배웅해
여름에 극성부린 모기떼 하루살이 아직도 마지막의 처절한 저 몸부림 이제는 여력도 없어 추적추적 사라져
지나간 여름 잔해 지우다 가진 생각 평소에 챙긴 건강 그 기력 소진되면 아무런 소용없다는 어록 같은 그 말씀
처서(處暑)
모기 입 돌아가고 초목은 거칠어져 이때쯤 숨통 트는 꺾어진 날씨 앞에 가볍게 하늘거리는 갈바람이 선선해
조상님 산소 위에 웃자란 풀을 깎고 농사일 정성 다한 지난 일 생각하면 더위도 계절 앞에서 무릎 꿇어 어느새
마지막 결실의 때 햇볕의 기운처럼 힘들 때 인내하며 살아 온 교훈으로 심신을 올곧게 세워 결실수확 시작해
백로(白露)
초목에 맺힌 이슬 상쾌한 이른 아침 불청객 태풍 중에 호들갑 떨어 봐도 농부가 흘린 땀방울 닦기에는 역부족
이 절기 지나가면 기러기 온다했어 시기를 돌아보며 조상 묘 벌초하고 여무는 오곡백과에 감사하는 예 갖춰
간절한 염원 앞에 절실한 화살기도 백로(白露)를 맞이하면 또렷한 날씨처럼 근면한 농부의 일상 참 바쁘게 살았어
* 벌초(伐草): 무덤의 풀을 깎아 깨끗이 함을 뜻함.
추분(秋分)
가을의 기로에서 낮과 밤 같은 길이 절기로 풍년기원 신선한 바람처럼 정학유 농가월령가 그 노래가 정겹다
지난 날 감사하는 그 마음 다독이면 눈앞의 산천초목 가슴에 와서 닿아 끝없는 농사일 중에 큰 기쁨이 솟는다
한 고비 꺾어지는 폭염의 성질머리 아무리 고약해도 제풀에 주저앉아 계절의 여울목아래 숨죽이는 이 한때
* 정학유(丁學游) : 조선시대 문인. 정약용의 둘째 아들로 경기도 양주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실학 정신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한로(寒露)
소슬한 가을바람 선연히 불어온다 해맑은 하늘아래 철새 떼 돌아올 쯤 제비는 강남 갈 채비 날개깃을 다듬어
여무는 오곡백과 거두는 준비하다 꽃 무릇 불붙는 그 품새가 너무 고와 풍성한 이 절기에는 마음까지 넉넉해
문헌에 본초강목(本草綱目) 자세히 나와 있듯 한로에 추어탕(鰍魚湯)에 양기를 북돋우려 큰 들판 둠벙 펀 일은 자연스런 일이네
* 추어탕(鰍魚湯):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해 미꾸라지(鰍魚)를 푹 끓인 탕.
상강(霜降)
이슬이 내린 뜰에 된 서리 서성거려 가을 꽃 백일홍이 지는 일 연습하고 이 상강 해맑은 날씨 평온으로 다가와
하늘의 찬 기운에 초목은 요동하고 온기는 갈 잠자리 날개에 머물러서 누군가 서러운 이별 기별 없이 다가와
거두어 담으라는 존재감 풍성함에 갈무리 한창으로 참 바쁜 요즘 풍경 이제는 한해농사도 마무리로 옹 매듭
한정찬 전업시인 및 농부(小農), 순천향대학교 소방담당관,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인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시집 <한줄기 바람> 외25권, 시전집 <한정찬 시전집 1, 2> 2권 안전칼럼집 <공유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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