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방송=천양자 기자] 최근 우리 사회에서 택배노동자들의 산업재해(産業災害)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사고와 직업병은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택배업의 구조적 특성상 원청-하청-개인사업자로 이어지는 위탁 계약이 일반화되어, 노동자들이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무, 과도한 업무량, 반복적인 동작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무거운 짐을 나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온라인 쇼핑의 급증으로 인해 물류량이 폭증하면서 이들의 업무 강도는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작업 환경의 열악함과 과중한 스케줄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일부 대형 물류·배송 업체의 2022년 산업재해율은 5.92%로, 국내 전체 산업재해율(0.65%)의 9배에 달하고, 조선업(2.61%)과 건설업(1.2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택배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택배노동자들의 산업재해는 단순한 부상이나 직업병에 그치지 않고, 재해 이후에도 경제적 불안정과 의료 지원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의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과로사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020년 한 해에만 15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택배사들은 물류센터와 배송 차량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적절한 안전장비를 제공해야 한다.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사고 예방 의식을 높이고, 안전 수칙 준수를 유도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 업무량 조절과 근무시간 보장이 필수적이다.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근무는 사고 위험을 높이므로, 합리적인 노동시간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하루 최대 근무시간 제한과 의무 휴식시간 도입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산업재해 보상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산업재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재해 발생 시 신속한 의료 지원과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의 신속한 사회 복귀를 돕는 중요한 조치이다.
넷째, 하청 구조의 개선과 사회적 합의 참여가 필요하다. 대형 택배사는 다단계 하청 구조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업계의 사회적 합의 기구 참여를 의무화하고, 투명한 계약과 책임 있는 안전관리를 법제화해야 한다.
산업재해 문제는 예방 가능하며, 특히 택배노동자와 같은 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가 협력하여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실효성 있는 재해 예방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 국회의정연수원 강사,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 저서 : 「여성과법률」 등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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