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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최승범] 행정과 정치의 “올바른” 관계에 대하여

윤영순 기자 | 기사입력 2023/05/24 [17:27]

[칼럼 - 최승범] 행정과 정치의 “올바른” 관계에 대하여

윤영순 기자 | 입력 : 2023/05/24 [17:27]

 

 
▲ 최승범/ 한국정책방송 칼럼니스트 ⓒ한국정책방송

 [한국정책방송=윤영순] 

“정치는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고, 행정은 그 의사를 집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와 행정은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분리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 (정치행정이원론), 또는 “그게 그거 아니야” (정치행정일원론) 라는 지나친 단순화의 잘못된 선입관으로 행정에 접근하곤 한다.

 

행정학의 <독립선언서>라고 할 수 있는 “행정연구 (The Study of Administration)” 라는 논문에서 우드로 윌슨은 행정이 정치와는 구별되는 특질을 가지고 있음을 서술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파당 (faction) 에 의해 국가와 공공의 이익이 침해 받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저술된 것이다. “행정연구”는 정치와 구별되는 “행정”의 문제해결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서, 정치와 행정이 “구별 되어야 (should)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 미국은 선거승리를 통한 관직 배분이라는 “엽관제 (spoils system)”의 폐해, 남북전쟁의 후유증에 대한 처리, 산업화와 국가형성 (nation building) 이라는 공동체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윌슨은 파당의 이익에 휘둘리는 “정치” 공간으로부터 분리되고 차별화된 효율성을 지닌 전문 행정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행정연구”를 저술한 것이다.

 

행정(학)의 독립선언으로 부터 윌슨은 전문관료로 구성된 행정의 사회 문제해결 의지에 민간 기업이 보유한 경영의 기술적 능력이 더해진 “행정(학)”을 규범화 하고자 한 것이다. 절대주의 시대의 행정, 입헌군주 시대의 행정, 국민주권의 행정 등 시대와 공간에 따라 행정과 정치의 기능과 관계는 변해왔다.

 

그러나 전문행정의 등장 이후, 정부의 집행 기능이 정치의 고유한 영역 밖에서 독립적인 영역을 가지고 존재한다고 하여 행정이 정치의 시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사회의 특수 이익 단체인 “파당”에 사로잡힐 수 있는 정치가 해결할 수 없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해 줄 존재로서 행정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관료는 정책결정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정책의 입법화 “전과 후”에 정책 결정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와 행정을 두꺼운 막으로 구분하는 것은 일종의 “신화”이다.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영국은 행정을 통한 왕권제한에는 성공하였으나 행정조직의 효율화에는 성공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절대군주제에서 민주성은 약화되었으나 행정의 능률과 조직화에는 진보를 이루었다. 우리는 영국의 대의제와 프랑스의 행정체계, 각각의 장점을 기억해야 한다.

 

행정의 핵심문제는 정책의 효과적인 디자인과 집행으로, 공법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집행이고, 관리의 수단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 사회를 민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거버넌스>의 시대, 정치와 행정은 같은 것일 수도 없으며, 분리될 수도 없다. “화이부동 (和而不同)” 의 정신에서 우리 시대 정치와 행정의 바른 길을 찾아 보고자 한다.

 

 

최승범

뉴사우스웨일스 로스쿨 졸업​(호주, 국제변호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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