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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진송범 ]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현실

윤영순 기자 | 기사입력 2023/05/24 [17:19]

[칼럼 - 진송범 ]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현실

윤영순 기자 | 입력 : 2023/05/24 [17:19]

 

 
▲ 이규철/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정책방송=윤영순] 오늘 우리는 인간의 존엄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을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고도화 된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으로 이룩된 제4차산업혁명의 글로벌시대가 인간의 행복과 존엄이 존중받고 보호될 줄 알았지만, 그 기대와는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표현이 무색하리만큼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의 생명· 자유· 권리 그리고 행복이 포함된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유의 성질이어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디그니타스(dignitas), 즉 품위· 자격 자체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빈부· 지위· 지식 등과 관계없이 인간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한결같이 존엄한 존재이고, 영원한 가치이며, 변함없는 인권이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명제는 사실판단이 아닌 가치판단이기 때문이다. 이 명제에서의 인간은 '인간다운 인간'이라는 가정, 즉 인간의 존엄성을 긍정하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인간으로 이해한다. 여기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도덕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대다수 일반인으로 도덕적 성장 가는성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인격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누구보다도 강조한 사람은 임마누엘 칸트이다. 칸트는 인간존엄에 관한 무조건적인 명령(정언명령), 즉 인간의 고유성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억인가에 대해 깊이 궁구하면서 "인간이 본능에 구속받지 않고 도덕적 자유성을 가질 때에 다른 생명체와 구분되고 도덕적 주체가 된다"고 보고, "모든 지성적인 존재인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목적으로 존재하므로 너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인격도 단지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라"고 강조한다. 즉 인격에 대한 무조건적 존중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대명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가격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대용물이 허락되지 않는 숭고한 가치라고 본다. 인류는 인간의 존엄성을 연구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스토아학파의 전통을 이은 자연법 사상 그리고 현대의 정신분석학자와 법학자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각국의 헌법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권리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1962년 헌법(제8조) 이래로 인간의 존엄성 보장(현행 헌법 제10조)하여 "인간으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고 규정한다. 인간 존엄에 대한 확실하고 구체적인 헌법규정을 보인것은, 독일연방기본법 제1조이다. 동조 제1항에는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기관의 책무이다" 고 규정하고, 제3항에서는 "이런 기본권은 직접 효력을 가지며 입법· 집행권력 및 사법을 구속한다"고 선언하고 있다(물론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연합헌장에서도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 그리고 가치 및 평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은 세계 곳곳에서 훼손되고 업신여김을 받아 인간 존엄의 상실, 혼돈 그리고 인간부재의 시대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인간의 존엄을 업신여기는 많은 요인 중에 몇 가지를 요약하면,

 

(1) 맘몬(mammon)을 들 수 있다. 맘몬은 아람어의 마모나(mamona)에서 유래한 말로 부(돈, 재산, 소유)를 뜻하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현대사회는 돈을 절대시하고 최고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맘모니즘(mamonism), 즉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 물신주의를 숭배하고 있다. 이 맘모니즘은 우리 사회와 종교는 물론 정치·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을 병들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돈은 인간에게 소중하다. 그러나 돈 자체는 목적이 아니고 인간의 유익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의 가치에 불과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지식과 정보의 결정체인 과학기술, 의료기술, 정보기술(인터넷· AI 등)도 인간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 자체가 아니다. 지식의 총합은 인간의 삶에 적용되고, 삶을 깨우고, 움직이는 힘이 되는 수단이기 때문에 인간의 유익에 쓰임 받을 때만 가치가 있다.

 

이러한 혼돈과 불안의 시대에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길 잃은 한마리의 양처럼 유리표박하는 현대인에게는 천적(위험)을 만나면 머리를 모래에 처박고 잠깐의 위기상태을 회피하는 타조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인간의 존엄을 꾸준히 추구한 마음의 내면화 그리고 확신을 통해 칸트가 말한 고유 인간됨을 회복하고 행동의 실천으로 표출해 내야 한다.

 

(2) 인간 혐오와 이기주의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한다.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습(상호비방과 혐오), 간호사법을 두고 벌어지는 집단 이기주의 모습 등에서는 국민의 존엄은 보이지 않는것 같다. 국민 앞에서 선서한 국회의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지금의 제네바 선서)를 한 의사와 나이팅게일의 후예를 자처한 간호사의 선서는 의미가 퇴색한 종이책 속의 선서에 불과한 것인가. 존중 받아야할 국민과 환자의 존엄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3) 몇 천년동안 손으로 노동하던 인간이 이제는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와 자동화 된 기계· 설비 앞에 앉아 불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일하고 있다. 심지어 정신노동까지도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업무가 결정되고, 알고리즘의 논리에 따라 일을 한다. 이제는 인간의 일이 자동화 기계로 대체되고, AI 등이 인간의 노동을 빼앗아가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법적 문서 검토도 변호사가 아닌 컴퓨터가 하고, 자산관리나 수술 등 의료업무도 AI나 로봇이 대체할 것 같다.

 

일을 통해 인간의 가치나 보람을 가졌던 존엄과 자존심이 컴퓨터에 의해 인간의 업무 행동까지 평가받고,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 경험과 지식 그리고 신뢰까지도 컴퓨터라는 기계문명이 인간을 컨트롤 할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최적화된 알고리즘 발전 앞에 AI 등이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여 인간 존엄 자체가 위협받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주객전도· 가치전도란 말이 실감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요사이는 인터넷의 발달로 페이스북이나 유티브 등이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어 사람들을 고통의 늪으로 빠지게 하고, 미움· 비방 무자비한 정보누설로 인간의 존엄성마저 거림낌없이 깎아내리고 있다. 이제는 인간의 분별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모든 인간의 장애를 극복할 한가지 방법을 제시한다면 성실의 덕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이 정성을 다해 거짓없고 참되게 사는것, 즉 성실의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고 지켜가는 방향이 될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과학기술문명의 부작용과 폐해를 이제는 공동체의 배려(연대)의식과 진실한 인애(仁愛)사상의 실천을 통해 인간존엄의 기본질서를 회복하고, AI 등 기술문명의 시스템을 잘 컨트롤하고 활용하여 인간존엄의 유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도구와 수단으로 선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진송범 /

법학박사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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