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2023년 상반기 수원시 최고의 미담을 소개합니다!장애아 따뜻하게 품은 어린이집·제자의 경제적 어려움 보듬은 스승
[한국정책방송=윤영순 기자] 수원시 홈페이지에는 ‘칭찬합니다’ 게시판이 있다. 수원시민의 칭찬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게시판에는 올해 1~6월에만 232건의 다양한 칭찬글이 게시돼 칭찬으로 소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원시는 이 중 가장 따뜻한 이야기들을 널리 알리고자 ‘최고의 미담’을 뽑았다. 상반기 시민 칭찬글 가운데 조회수와 공감수가 높았던 3건을 대상으로 2주간 시민투표를 진행, ‘새빛톡톡’을 통해 총 432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해당 투표 결과, 장애아동을 키우기 위해 마음을 모은 어린이집(232표)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도왔던 스승의 이야기(148표)가 최고의 미담으로 선정됐다. 학생과 부모, 교사가 서로 신뢰하고 어우러지며 빚어낸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시민의 마음에 닿은 셈이다. 수원시민이 칭찬하고, 수원시민이 뽑은 상반기 최고의 미담 두 가지를 소개한다.
◇장애아 보육을 위해 온 힘을 모은 사람들
“장애아와 가족들에게 차별 없이 따뜻한 보육환경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상반기 수원시 최고의 미담으로 선정된 사례의 주인공은 시립광교2동어린이집을 이끄는 이종금 원장 선생님(56)과 교사들이다. 이들을 칭찬한 사람은 올해 초 해당 어린이집을 졸업한 장애 어린이의 조부모 김수련씨(61). 그는 시립광교2동어린이집과의 만남이 ‘천운이었다’고 기억한다.
지난해 3월, 뇌전증과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손주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다 못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던 김수련씨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개학을 앞두고 새 가방까지 받아 돌아왔지만 담당 선생님의 근심 어린 표정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어깨가 축 처진 채 동네를 산책하던 그의 눈에 인근 어린이집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어린이와 교사가 들어왔다. 다짜고짜 선생님 손을 붙들고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지 물었다.
특수반을 운영하고 있던 시립광교2동어린이집은 마침 입소가 결정됐던 한 장애아가 갑자기 등원하지 않기로 해 한 자리가 남은 상황이었다. 즉시 상담 후 바로 입소 대기와 입소 확정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렇게 어린이집과의 운명 같은 인연이 시작됐다.
이후 아이는 안정감을 얻었다. 외부에서는 음식을 잘 먹지 않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잘 먹기 시작했고, 말은 하지 못하지만 얼굴 표정이 편안해졌다. 잠도 잘 자고, 발작 증상도 거의 없어졌다.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늦게 데리러 오면 많이 울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지낼 수 있을 정도로 적응하게 되자 일을 하는 시간도 늘릴 수 있었다.
시립광교2동어린이집은 장애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적응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다. 원장과 교사들이 합심해 도자기 만들기 등 일반 어린이들과 장애아가 모두 좋아하는 활동을 찾아 체험으로 제공하고, 아이의 상태 관찰 등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장애아를 키우며 따가운 시선을 많이 받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가족은 웃음을 찾았다.
1년의 시간이 지나 졸업이 다가오자 김수련씨는 조금 더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지를 어린이집과 의논했다.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특수교육에 관심이 많던 이종금 원장은 가족의 마음으로 함께 가족의 미래를 고민했다. 결국 제때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권유해 고민 끝에 세상 속으로 한걸음을 더 내딛게 됐다.
졸업을 앞두고 그동안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찾던 김수련씨는 수원시의 칭찬합니다 게시판을 생각해냈다. 그는 “원장 선생님뿐만 아니라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 모두 장애아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교육 방향을 고민해 주셨다”며 “최대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른 장애아들도 똑같은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칭찬을 받은 이종금 원장은 “시립어린이집을 운영하며 공보육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렇게 큰 칭찬을 통해 상까지 받게 되니 보람이 크다”며 “뿌듯한 마음을 자양분으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아도 보듬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환원도 고민하면서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는 스승과 제자
“선생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갚으며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 미담의 주인공은 오래전 따뜻한 가르침을 전한 스승 이양호씨(77)와 이를 잊지 않고 실천한 제자 김도영씨(62)다. 이들의 만남은 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수원의 한 사립 여자 중학교에 이양호 선생님이 담임을 맡은 2학년1반에서다.
당시는 분기별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일이 일쑤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김도영씨는 새벽엔 우유배달을 하고 오후에는 석간신문 배달을 해도 등록금을 모으기가 어려웠다. 1학년 내내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한데다 2학년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늘 자퇴서를 품고 다녔고, 언제까지 납부하겠다는 거짓말을 계속하지 못한 어느 날, 결국 교무실로 불려 갔다.
교무실에서 쭈뼛거리며 자퇴서를 내밀자 담임인 이양호 선생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찢어버렸다.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꿀밤을 때린 선생님은 “너만 어려운 줄 알아? 세상에 너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나무랐다. 이어 “나한테 빚졌다고 생각 말아. 나중에 너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면서 살아.”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후로는 김도영씨가 수업료를 못 낸다는 이유로 혼이 난 적이 없었다. 선생님이 친구들을 앞세워 가정방문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가끔 선생님이 심부름을 시키고는 심부름 값이라며 빵을 주기도 했다. 불량한 학생들이 괴롭힐 때에도 선생님의 호의를 생각하며 버텨냈다. 그렇게 무사히 학교생활을 마쳤다.
이양호 선생님은 “그 때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돈 얘기 하기가 가장 어렵고 싫어 호소 아닌 호소를 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면서 “칭찬을 받을 정도로 인자한 편은 아니었는데 부끄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스무살이 넘어 직장생활을 시작하자 드디어 선생님의 가르침이 마음에서 꽃을 피웠다. 중학교 때만 해도 자신보다 힘든 사람이 없어 보였지만, ‘나에게 갚지 말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며 살라’는 가르침이 강한 중심점이 됐다. 김도영씨는 소년소녀가장돕기 자매결연을 시작으로 장학회 기부를 실천하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며 마음의 빚을 갚고자 노력했다.
더 성공해서 선생님을 찾아뵙겠다는 생각으로 지내던 김도영씨는 지난해에야 수소문 끝에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게 됐다. 너무 늦게 인사드려 죄송하다는 제자에게 스승은 찾아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수십년만에 만난 스승과 제자는 추억을 공유하고 감사함을 나눴다. 교장까지 지내고 퇴직한 이양호 선생님은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을 기록해 둔 수첩에서 김도영씨를 찾아 보여줬고, 학교 연혁이 담긴 책자를 펼쳐 함께 추억을 나누기도 했다. 이후 김도영씨는 이양호 선생님이 자주 시간을 보내는 동네 경로당에 간식거리를 사들고 한달에 한번씩 안부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양호 선생님은 “다른 교사들과 별반 다름이 없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하고 감사함을 표현해주는 제자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영광스럽다”며 “그런 마음을 먹고 잘 성장해 줘서 멋있다”고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제자를 바라봤다.
김도영씨는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뭐가 됐을지 모르겠다”며 “선생님의 진정한 제자 사랑으로 제가 바르게 살아올 수 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는 상반기 최고의 미담으로 꼽힌 두 사례의 대상자들에게 우수시민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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