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심춘보 논설위원 = 윤석열 대통령은 종종 자신의 주장을 위해 메시지가 아난 메신저를 공격하는 작전을 쓴다. 그런데 이번에도 같은 작전이 나왔다.
일단 경찰국 설치에 의견을 나누기 위해 전국 경찰 서장들 회합을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 대한 인신공격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도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을 다시 꺼내들었다.
윤 대통령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류 총경과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는 경찰을 공격하는 측은 그들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경찰국 설치가 어떤 괴물이 될 수 있는지도 관심이 없다.
다만 윤석열 정권이 하는 일이라서 무조건 찬성해야 하는데 경찰의 핵인 총경들이 들고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에 대항하는 세력들은 어떤 메시지를 내더라도 응징의 대상이 된 것이다.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행안부 장관이 국민 앞에서 총경들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고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지금 세간에서는 문재인에게 추미애가 있었다면 윤석열에게는 이상민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에 대해 국민들이 눈을 돌린 것이 추미애의 행태 때문이라면 윤석열 정권은 이상민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호사를 누리면 적어도 객관적 평가에 대해 인색하거나 외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경찰들의 집단행동에도 분명 잘못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모색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회합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온갖 인신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이로울 게 없고 지금 사태를 풀어나가는 데도 좋지 못한 행위다.
류삼영 총경이 앞서 검사 윤석열처럼 조직에 충성하겠다는 일념뿐이라면 그를 금배지가 탐이 나서 앞장선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은 안 된다.
지금 류 총경을 스타의식으로 매도하는 언론들은 당시 검사 윤석열에게는 왜 그런 잣대를 들이대지 못했는가? 따라서 그것은 궤변이고 논리의 모순으로 극히 일부 동조자들을 제외하고는 설득력을 얻은 수 없을 것이다.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찰청장에 내정된 사람이 자신의 후배이고, 자신은 더 이상의 진급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전도 유망한 후배들이 앞장서서 피해를 보는 것보다 그가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나섰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까?
그들이 지금 나서는 것은 류삼영이 더 이상 경찰 생활을 하지 못하는 한계에 온 입장에서 나서는 것이 집단이기주의일까?
더욱 기가 찰 일은 따로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중에는 류 총경이 호남 출신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공격할 이야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는지 통탄할 일이다.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경찰이 행안부 장관의 종속적 위치에 있을 때 경찰은 결국 행안부 장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고 그렇다면 경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온다는 우려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생각에서다.
거기에 무슨 무기소지 얘기가 나오고 쿠데타가 나오고 어디 출신 어느 세력이 나오는가? 말 그대로 나가도 너무 나갔고 뇌가 오염을 넘어 장애를 앓고 있음이다. 윤석열의 선택적 민주주의에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사람들이고 혹은 중독된 사람들이다.
물론 비대해진 경찰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은 많은 국민들과 같이 나도 공감한다. 그러나 꼭 정치가 경찰을 장악해야 하는가는 동의할 수 없다. 다른 대안을 찾자면 시간이 필요하고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생략, 아니 삭제해 버리고 생각대로 밀어붙이는 행위야말로 반 민주적 처사인데 이 점을 지적하는 용기는 정녕 없는가 묻고 싶다.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공정과 상식인가? 의지만 있으면 국민의 생각과 달라도 밀어붙이면 그만인가?
류삼영 총경은 경찰들의 총의를 모았고 자신이 희생을 감수한 것뿐이라고 본다. 물론 그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알 수 없다. 류삼영 총경을 백안시로 보는 호사가들 말마따나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정계에 입문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무슨 권리로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단정을 해버리는가? 이는 마치<악비>의 죄상을 찾다 찾다 못 찾다 보니 앞으로 역모를 꾸밀 개연성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죽인 <진회>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가?
한편 경찰국 신설이 방금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모양이다. 경찰들의 주장을 들어줄 여지가 없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행안부 장관의 망언인 경찰 쿠데타 운운 발언을 지지하는지 대통령은 국기문란으로 규정을 해버렸고 집권 여당도 경찰들의 행위를 쿠데타로 몰아가고 있다. 다만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이 글쎄, 어디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지켜본다.
12.12 사태가 이런 식으로 발생했다고 했는데 정권도 이런 식으로 막 나가다 망하는 일은 역사적으로나 동서고금을 통해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검찰로 천하를 얻었다고 검찰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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