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마른 꽃의 미학 (1) - 이건순:한국정책방송
로고

마른 꽃의 미학 (1) - 이건순

양정우 기자 | 기사입력 2022/07/25 [10:15]

마른 꽃의 미학 (1) - 이건순

양정우 기자 | 입력 : 2022/07/25 [10:15]

▲ 이건순/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한국정책방송

[한국정책방송=양정우 기자] 마른꽃 다른말로 표현하면 시든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나는 어느새 이 꽃에서도 향을 느낀다. 아니 마른 이 꽃에서도 사랑을 느낀다는 표현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잘못 관리해서 이미 시들어버린 로즈마리 화분에 말라버린 로즈마리 잎에서 향을 맡아본 적이 있는가?  아마 너무 진한 향에 어리둥절해질 것이다.

 

생생하게 피어있는 꽃은 물론 향기도 좋고 색깔도 아름다워,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 꽃병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꽃 심지어는 풀밭에 숨어서 피어있는 작은 꽃들까지도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은 적이 많다. 

마른 꽃과 시든 꽃은 물리적으로 거의 동일한 상태에 있는 꽃이다. 다만 꽃이 머금고 있는 습도의 차이에 따라 마른 꽃과 시든 꽃을 구별할 뿐이지만, 공통점은 시든 꽃이든 마른 꽃이든 이미 생명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른 꽃과 시든 꽃이 주는 의미는 너무 다르다. 마른 꽃이나 시든 꽃이나 다 죽은 꽃이라 말할 수 있는데 시든 꽃에서는 좋지 않은 냄새가 풍기는 느낌이지만, 마른 꽃에서는 향기와 생명력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리적으로는 시든 꽃은 마른 꽃보다 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시든 꽃에서는 다소간의 향기가 베어 있을 듯 하지만, 시든 꽃이 풍기는 냄새는 향기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마른 꽃에서는 어쩌면 향기를 맡을 수도 있을 듯하다. 이른바 dried flower에서는 오히려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과 꽃잎에 묻어있는 향기가 아니라 꽃 속에 박혀있는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마른 꽃에서도 매력을 느끼는지 모른다.

 

인류가 추구해온 아름다움은 시간적 제한을 갖기 때문에 시간적 제한을 벗어나려는 노력의 추구가 어쩌면 dried flower라는 것을 개발했을 것이고 이것은 시간적 제한을 넘어서 그 아름다움이 영원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고대 사람들은 인간을 아름다움의 극치로 생각하고 그 영원성을 간직하기 위해서 미라를 궁리했을 런지도 모른다. 

 

마른 꽃은 꽃의 미라라고 할 수 있다. 꽃이 갖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생화가 내뿜은 향기를 지닐 수 있다면 우리는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는 것이다. 나는 고고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학자도 아니어서 미라에 대한 지식도 없고, 인조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도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부터 자연과 한발자국 더 가까이 할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풀밭에 숨어 있는 작은 들풀의 아름다움과 그들이 풍기는 향기를 조금씩 깨달아 가기 시작하면서 꽃들을 더욱 탐닉하게 되었다.

 

이 글은 이건순의 수필집 "체감의 그리고 겨울"에서 2회에 걸쳐 발췌함(편집자 주).

 

 

 

이건순 /

가정학박사(식품영양학)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전)동아시아식생활학회 회장

전)한국농수산대학 교수

전)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객원교수

  • 도배방지 이미지

문화
이동
메인사진
한국기술교육대 ‘2023 취업박람회’ 개최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문화 많이 본 기사